첫 번째 편지로 찾아왔어요!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누마 에듀로그는 학습에 실패하는 아이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밤낮으로 궁리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뉴스레터입니다. 학습 격차를 줄이고, 배움의 재미를 심어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소개할게요. 첫 편지에는 교실에 찾아온 에누마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
오늘의 에듀로그
- 이달의 집중 탐구💡: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교실을 향해 갑니다(이수인 에누마 CEO)
- 교실라이브🎙️: 말하기를 어려워하던 학생도 ‘말하는 코알라’는 따라 해요(성남초등학교 엄주익 선생님)
- 뉴스리포트📈: 교육 새 소식 큐레이션
- 이달의 쿠키🍪: 토도 도서관에서 읽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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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9월, 에누마는 그동안 인연을 이어오던 SeeD(특수교사 미래교육 연구회) 선생님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정식으로 연구 협력을 시작했어요. 선생님들께 에누마의 여정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에누마 이수인 대표의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레터에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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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교실을 향해 갑니다.”
🎙️_이수인 에누마 CEO
에누마는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한 회사입니다. 저는 게임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2년 전에 에누마라는 회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100개의 퍼즐 상자에서 시작된 이야기
저희 첫째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미국에서 조기중재*를 받기 시작했고 지금도 특수학교 특수반에 있어요. 치료사분들이 저희 집에 오실 때 퍼즐을 하나씩 들고 오셨는데, 일주일 내내 단순한 퍼즐 하나를 가지고 놀게 하려니 항상 아쉬웠어요. ‘100개의 퍼즐이 들어 있는 아이폰 앱이 나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조기중재에 쓰이는 디지털 도구가 아주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앱을 만들었죠. 그렇게 탄생한 게 특수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인지니’라는 앱이에요. 소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 잘못 눌러도 괜찮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도록 만들었어요. 정답을 틀려도 실패했다고 느끼지 않도록, 여러 번 해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도록 인터랙션을 설계했습니다. 인지니는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앱이 됐어요.
*3세 미만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제공되는 특수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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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견딜 만하게 만들자”
그다음 프로젝트 목표는 ‘수학을 견딜만하게 만들자’는 거였어요. 가장 학습이 어려운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아주 여러 번 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1 더하기 1’의 답을 모르더라도 그 답을 알아가는 과정 안에 충분히 머물러있게 하자는 목표로 앱을 만들었어요. 에누마의 첫 제품인 토도수학이 그렇게 만들어졌죠. 인지니에서 배운 교훈대로 누구나 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실패하지 않게, 무조건 성공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2015년에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라는 대회가 열렸어요. 문맹인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장 잘 가르치는 소프트웨어에 150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는 대회였죠. 5년 간 이어진 프로젝트 끝에 에누마가 우승했어요. 이때의 경험은 에누마의 미션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장애 아동뿐만이 아니라 세상에는 기초 학력을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의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장애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관계 없이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디지털 학습 도구를 만들자는 미션을 새로 가졌어요. 그렇게 로힝야 난민캠프에서도 글을 가르치고, 국내에선 에누마글방을 만들어 이주배경 학생들의 한글 학습을 도왔어요. 이 프로그램이 토도한글이 되었어요. 토도영어는 영어유치원에 가지 않고도 기초영어를 익힐 수 있게 만든 앱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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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사용자와 함께 진화합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사용자와 함께 진화해요.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벌어졌던 몇 번의 커다란 실패는 이 부분을 놓친 데서 기인했다고 봐요. 선진국 시장의 어른들한테나 겨우 통할 UIUX 디자인을 가져다가 개발 도상국 아이들용 기기에 넣는 일들이 되게 많이 벌어져요. 똑똑하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을 만나본 적도 없는 디자이너가 물건을 만들면 실패합니다. 보통의 IT 제품은 그렇게까지 다양한 사용자를 만나지는 않아요. 그러나 공교육 학교는 다릅니다. IT 제품 디자이너가, 인간이 가진 넓은 스펙트럼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하는 유일한 곳이죠.
AI는 교육 분야에서 뭘 도와줄 수 있을까요?
칸 아카데미 창업자가 아들과 함께 챗GPT-4를 사용해서 수학 공부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적이 있어요. 챗GPT에 "내 아들에게 수학 문제 좀 가르쳐 줘. 그런데 답은 말해주지 말고 풀이 단계를 하나하나 도와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AI가 잘 알아듣고 아이에게 일대일 튜터링을 해줍니다. 놀라운 수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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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I 도구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경쟁과 시험을 통한 선발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그 경쟁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건지, 여기에 대해 생각이 없는 부분은 AI가 채워주지 못하죠.
경쟁을 잘 따라간 아이들은 다를까요? 이미 2020년에 AI가 미국 생물 올림피아드 수준 문제를 풀었어요. AI는 시험 형태로 주어진 과제는 이미 대부분의 인간보다 훨씬, 그 분야의 전문가보다 훨씬 잘 해내요. 작년에 나온 챗GPT-4는 스탠퍼드 입학생 수준이라고들 했죠. 이제, 스탠퍼드에 갈 실력이 안 되는 그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할 건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외워서 시험 보는 능력이 10년 후에도 중요할까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견주면, 이제 인간의 인지능력은 모두 모자라요. 지금까지 조금 더 똑똑하고 조금 덜했던 게 차이가 없게 보이죠. 이제부터는 인간 하나하나의 눈을 들여다본 다음,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같이 알아보고 필요를 채워주는 기술이 중요할 거라고 봐요. 읽고 쓰기, 계산하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에 끼어들고 역할을 찾는 법, 부족한 자신을 견디는 법, 타인의 불합리함을 참아내는 법, 사랑하고 위안을 찾는 법 같은 기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아이와 함께 배워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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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초등학교 엄주익 선생님은 17년차 특수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교육 경험을 나누고 계신 열정 가득한 선생님이에요. 2014년부터 토도를 사용해 온 오랜 유저이기도 하지요. 이번 레터에서는 엄주익 선생님이 '지식샘터' 강연을 통해 나누어주신 토도한글 활용 사례를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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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를 어려워하던 학생도 ‘말하는 코알라’는 따라 해요”
🎙️_성남초등학교 엄주익 선생님
언어 교육의 마태 효과
‘마태 효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성경의 마태복음 구절에서 유래된 말인데요. 언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기초 읽기와 쓰기를 일찍 배우고, 책 읽기도 점점 더 수월해져 실력이 더 빠르게 향상되는 것과도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원리는 정반대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한글 교육에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글 읽는 뇌를 위한 학습: 토도한글의 역할
제가 만나는 학생들 중에는 한글을 단순히 그림처럼, 시각적인 이미지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한글을 문자로서 처리하고, 나아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중요한 것이 바로 ‘유추’의 과정입니다. 비슷한 속성을 가진 두 대상을 비교하면서 그 속에 있는 원리를 찾아내는 과정이지요. 학생들이 ‘ㅗ’과 ‘ㅜ’을 구별하려면, 여러 단어 속에서 ‘오’과 ‘우’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데요. 이때 중요한 것이 글자의 모양과 소리, 그리고 의미를 함께 연결하는 것입니다. 글 읽는 뇌를 잘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와 '글자'를 연결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는 다양한 이유로 한글을 소리 내어 따라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거나, 거부감을 가진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소리 내어 말하면서 자신감을 누적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토도한글’은 큰 도움이 됩니다. 글자의 소리를 따라 말할 수 있는 기능을 다양하고 세심하게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말하는 코알라’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 녹음하고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아하는 활동입니다. 평소에는 수업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한 학생이 ‘말하는 코알라’ 활동에서는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아주 큰 소리를 내어 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코알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살짝 변형해서 들려주는데, 그게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학습의 과정 그 자체가 학생에게 강화제가 되어 결국 학기 말에는 얼마나 수다스러운 아이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작은 변화를 볼 때마다 느낍니다. 교육이란,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환경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변화를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것이라는 것을요. 특수교사로서 이런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경험할 때,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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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도구의 장점을 더하는 한글 학습
토도한글은 학생들이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 학습해야 할 때, 그냥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지만, 토도한글은 게임 형식을 다양하게 바꿔 가면서 학습하도록 하니까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놀이처럼 느낍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토도한글 활용 전략
현재 저는 특수교사 미래교육 연구회(SeeD)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2022년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 국어과의 성취기준과 토도한글 커리큘럼을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 작업이 완료되면,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께서 토도한글을 교육현장에서 보다 쉽게 활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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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전시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교육과 AI의 만남을 주제로 해서 교육계의 관심이 쏠렸어요. 그런데 에듀테크 페어가 그리는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느린 학습자, 이주배경 아동 등 학습자가 다양해진 교실의 현실을 담고 있을까요? 여기서 에듀테크 페어 참관기를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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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습 앱 ‘에누마스쿨’로 파키스탄의 학교 밖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드 주 정부가 진행하는 ‘마이크로 스쿨’ 사업이에요. 빈곤과 장애로 공부할 기회를 놓친 7살~14살 아이들이 태블릿 학습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를 익힙니다. 이 사업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어요. 파키스탄 정부가 펴낸 <교육성과 보고서 2023>의 표지를 장식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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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스리랑카 국립교육원이 함께 진행하는 ‘브릿짓 프로그램’에 ‘에누마스쿨’이 함께 하고 있어요. 스리랑카 10개 지역, 23개 지역학습센터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현지에서 열린 교사 연수에 이은 사업 소식은 현지 일간지 Divaina에도 소개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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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한글 구석구석 돌아보기: 이런 책이 있어요!
10월 3일은 개천절,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지요. 토도한글에도 이런 국경일들과 관련된 책이 있습니다.
<단군설화>는 개천절의 주인공인 단군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가 간단하고 사용된 어휘가 어렵지 않아 초등 저학년 학생이나 다문화 배경 학생도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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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임금님이 된 책벌레 왕자>는 책 읽기를 몹시 좋아했던 세종대왕의 대군 시절 일화를 다룹니다. 충녕 대군은 병이 났는데도 쉬지 않고 책을 읽다가 모든 책을 빼앗겼는데, 남아있던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몰래 읽고 또 읽을 정도로 책벌레였다고 합니다.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충녕 대군이 이상하게 보일까요? 이 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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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여기까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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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팀이 함께 읽고, 더욱 알찬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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